[헤럴드스포츠=이강래 기자]재미교포 크리스티나 김(30)의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이 화제다. 허리 부상과 그로 인한 우울증, 그리고 자살 충동. 크리스티나 김은 2년 전 골프 다이제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차를 몰고 가다 마주 오는 차량으로 운전대를 돌리고 싶은 유혹을 느꼈고 호텔 발코니에서 몸을 날리는 상상도 했다"고 밝혔다.
2010년 가을 허리 부상을 당한 크리스티나 김은 후유증으로 거리가 두 클럽 반이나 줄었다. 프로 골퍼에게 거리가 준다는 것은 생존과 직결되는 공포스런 변화였다. 크리스티나 김은 거리를 회복하기 위해 오프 시즌에 강도 높은 체력훈련과 함께 전면적인 스윙 교정에 돌입했다. 그러나 성과는 없었다.
생기 넘치는 표정에 요란스런 제스처가 트레이드 마크였던 크리스티나 김은 이후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고 말수도 줄었다. 그리고 은둔자가 됐다. 세상과 단절된 상태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연습'이 유일했다. 하지만 2011년 투어생활에서 희망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거리가 두 클럽 반이나 줄었지만 본인은 이를 받아 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그린 주변의 벙커에 무수히 볼을 빠뜨려야 했다.
크리스티나 김이 자살을 감행하지 못한 이유는 단순했다. 정면충돌할 상대방 운전자에 대한 염려, 그리고 자식을 먼저 떠나 보내야 할 부모에 대한 걱정이었다. 결정적으로 인생을 마감할 순간도 있었다. 2011년 4월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여자투어(LET) 네이션스 컵에 브리태니 린시컴과 함께 미국 대표로 출전했을 때였다.
지중해가 내려다 보이는 갈라 파티장에서 빠져 나온 크리스티나 김은 바다를 바라 보며 상념에 빠졌다. 남자 친구인 던컨 프렌치(현재 미셸 위의 캐디)의 곁을 떠나 테라스로 나간 그녀는 그러나 뛰어 내리지 못했다. 15분간 남자 친구의 전화도 받지 않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으나 결론은 '아니다'였다. 파티장에 남아 있는 친구들과의 인연을 끊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크리스티나 김은 "당시 왁자지껄한 파티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내가 원한 침묵과 고독은 오로지 바다 속에만 있는 것 같았다"며 "수영을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바다가 어서 오라고 손짓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회고했다.
시련은 계속됐다. 시드를 잃어 2012년 퀄리파잉 스쿨로 돌아가야 했던 크리스티나 김은 지난 해 오른쪽 엘보 부상으로 4개월 간 투어를 중단해야 했다. 2014년 새 해를 맞이하면서 목표를 하나만 세웠다. 친구인 로레나 오초아가 주최하는 유자격 대회인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출전이었다. 둘은 2부 투어인 퓨처스투어와 정규 투어인 LPGA투어에서 함께 루키 시즌을 보낸 가까운 사이였다.
▲ 로레나 오초아 인비테이셔널 우승 트로피를 들고 셀카를 찍고 있는 크리스티나 김. 출처=크리스티나 김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