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구자용 회장의 갑작스런 사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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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퇴설이 흘러 나오고 있는 KLPGA 구자용 회장. 제공 | KLPGA
[골프포스트=이강래기자]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이하 KLPGA) 구자용 회장의 사퇴설이 갑작스럽게 흘러 나오고 있다. 지난 주 임시 이사회가 열렸으나 참석 이사들은 회장 사퇴에 관한 질문에 입을 닫고 있다. 질문 자체에 곤혹스러워 하며 함구령이 내려진 뉘앙스다. 진위 여부를 떠나 시즌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협회 수장의 사퇴설은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다.
구 회장의 사퇴설은 시간이 흐르면 진위 여부가 드러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사퇴의 배경이다. 그리고 떠도는 소문이 사실이라면 협회는 대대적인 조직 정비에 나서야 한다. 한 치 앞을 내다 보지 못하는 인사들이 협회의 주요 보직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물론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구 회장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진 못하다.
KLPGA는 지난 해 2014~2106년 KLPGA투어 중계권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했다. 세마 컨소시엄과 함께 가장 많은 금액을 적어낸 SBS골프가 협회 발전에 대한 공헌도에서 앞서 1위 업체로 뽑혔다. SBS골프는 KLPGA투어 중계권을 획득하기 위해 중계권료에 제작 비용까지 합쳐 연간 100억원에 육박하는 거액을 ‘베팅’했다는 후문이다.
SBS골프가 ‘승자의 저주’를 우려할 정도의 거액을 베팅한 이유는 후발업체인 J골프와의 ‘서바이벌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국내 골프채널의 광고시장 규모는 한 쪽이 쓰러져야 한 쪽이 사는 구조다. 양대 골프채널의 지난 해 광고비 총액은 400억~450억원 선이다. 양분할 경우 200억~230원 정도의 매출을 갖고 1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KLPGA투어 중계 하나에 쏟아 붓는다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 두 골프채널은 KLPGA투어를 동시 생중계한 지난 해에도 각자 수십억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나홀로 호황을 누리던 SBS골프는 지난 2010년 후발업체인 J골프에게 미국LPGA투어 중계권을 빼앗기면서 독보적인 위치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SBS골프는 미국PGA투어와 10년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여자 골프의 인기가 남자 골프를 능가하는 국내 현실에서 미국LPGA투어 중계권은 J골프에게 날개를 달아줬다. 비교할 수 없었던 시청률 경쟁은 어느덧 엎치락 뒤치락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SBS골프로선 뭔가 큰 것 ‘한 방’이 필요했고 그 게 이번 KLPGA투어 중계권 획득이었다.
중계권 싸움에서 패한 J골프는 KLPGA 측에 재판매를 요구했다고 한다. 광고 판매를 위해서는 킬러 컨텐츠인 KLPGA투어 중계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 이는 분명 ‘게임의 법칙’에서 벗어나는 무리한 요구다. 하지만 J골프는 국내 유수의 언론 매체인 중앙일보, JTBC를 등에 업고 있기에 구 회장으로선 무시할 수 없었다. 재판매를 타진하기 위한 임시 이사회가 소집됐고 그 직후 구 회장의 사퇴설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SBS골프 역시 국내 3대 지상파중 하나인 SBS를 등에 업고 있는 만만찮은 상대였기 때문이다. 구 회장이 E1그룹이란 대기업을 이끌고 있는 위치이기에 ‘사퇴만이 살길’이란 판단을 했을 법하다. 언론의 생리를 간과해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진’ 꼴이다.
KLPGA는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중계권자를 결정했기에 외부의 압력에 흔들려서는 안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중계권 입찰과 관련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펴봤어야 했다. 시장 규모를 보고 감당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경쟁을 유도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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