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가 있는 10월 12일 전일인 11일 금요일 저녁 루피군님께서 카톡을 날리셨더군요. 내일 라운딩인데 연습 안하냐고요. 사실 전날 인도어를 다녀와서 드라이버샷이 워낙 지 멋대로인지라 한 번 더 연습장을 갈까하고 있던 차였습니다. 그러던 중 루피군님이 스크린 제안을 하길래 망설임 없이 "콜~"했지요.
봇젤리나 누님께서는 내일 약속에 늦지 않게 어서들 쉬라며 걱정하셨지만, 저와 루피군님은 조금 늦은 시간이었지만 스크린 한 겜으로 라운딩 준비를 하였습니다.
담날 5시에 일어나 대충 씻은 후 주섬주섬 옷을 입고 약속장소로 달려갔습니다. 약속장소에 5분정도 늦게 도착하였더니 루피군님과 하릅강아지님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런데 저런! 약속에 늦지 않게 일찍 쉬라하시던 봇젤리나 누님이 그만 알람을 놓치셨던가 봅니다. 따로 오실테니 우리끼리 가라시네요. 다 모여서 같이 출발하지 못해 아쉬웠지만 그렇게 우리 셋은 루피군님의 차로 강릉으로 출발했습니다.
아마도 봇젤리나 누님은 홀로 외로이 운전하며 오셨겠지만, 죄송스럽게도 저희는 셋이서 골프라는 공통 주제를 가지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지루하지 않게 강릉까지 갈 수 있었습니다.
강릉에 도착해서는 봇젤리나 누님의 후기와 같이 투박하지만 담백한 두부요리로 이른 점심을 하고 라운딩 장소인 메이플비치로 향했습니다.
메이플 비치는 바닷가 근처에 있고 코스 전체가 거의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골프코스가 돋보이는 곳이었습니다. 바닷가라 바람이 조금 불었지만 그 풍경만으로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는 곳이었답니다. 그 날은 날씨 또한 매우 화창하여 파란 하늘과 바다 그리고 초록의 그린이 정말 한 폭의 그림과 같이 아름다웠습니다.
제게는 생애 두 번째 라운딩으로 지난 번 머리 올릴 때 워낙 많은 공을 숲과 연못에 보낸지라 이번엔 공을 충분히 챙겨 갔더랬습니다. 하지만 이번도 만만치 않더군요. 연습장에선 비교적 잡혀있던 머리가 왜이리 벌떡벌떡 일어서는지 날리는 공마다 멋지게 오른쪽으로 호를 그리며 해저드에 멋진 왕관과 함께 아름다운 파문을 남기더군요.
저를 제외한 다른 분들은 그 날 결과를 떠나 다들 멋지게 샷을 날리셨습니다. 하릅강아지님은 바람을 뚫는 강력한 드라이버샷을 호쾌하게 날렸으며, 루피군님은 유일하게 버디를 성공시켜 아름다운 나비를 하얀 모자 위에 앉혀 날개를 펄럭이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봇젤리나 누님은 블랙홀에 끌려들어가는 것과 같은 멋진 칩인으로 그 날의 라운딩을 빛내셨지요.
오랜 기간을 만나온 사이는 아니었지만 마치 오랜 친구들과 같이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골야라는 커뮤니티가 만들어준 정말 아름다운 인연입니다.
라운딩이 끝난 후 따뜻한 해수탕에 몸을 담그니 온 몸이 한 순간에 녹아내리듯 노곤해지더군요. 새벽 일찍 움직인 것도 있고 해서 가까운 곳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서울로 올라가자 했습니다. 마침 가까운 곳에 횟집이 있어 가보았더니 예전에 강릉에 왔을 때 맛집이라고 해서 왔던 곳이더군요. 생각지 못한 반가움이었습니다. 저녁 식사 내내 그 날의 라운딩을 되짚어가며 역시 골프라는 주제로 즐거운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 아쉽지만 따로 차를 가져오신 봇젤리나 누님과는 작별을 고하고 서울로 출발하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많이 피곤했지만 서울 가서 스크린 한 게임 더 하자는 농담도 주고받으며 중간 중간 휴게소에서 커피도 마시며 서울에 도착하여 즐거운 라운딩 번개를 마감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