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슨과 물리학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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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어쩌다 보니 새벽녘까지 장장 6시간이 넘게 모 골프방송을 지켜본 적이 있었다. 다양한 프로들이 나와서 돌아가며 여러 가지 사항에 대하여 레슨을 하곤 했는데 그 중 모 레슨 프로가 나와서 훅의 방지법에 대해서 설명을 하는 것이 있었는데 그 내용인 즉 슨
"슬라이스가 나는 원인은 아웃-인 스윙궤도 때문에 생기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슬라이스가 나는 경우에 볼을 왼쪽으로 옮기면 더 심한 슬라이스가 난다"는 설명인데 …
필자의 상식으로는 참 난감한 얘기다.
볼이 헤드페이스의 중앙에 충돌한다는 가정하에 헤드의 무게 중심이 볼과 헤드페이스 접촉면의 좌측을 지나면 슬라이스이고 우측을 지나면 훅이 되는 것이지 아웃-인 스윙궤도가 슬라이스/훅과 무슨 상관이 있으며 더구나 볼을 좌측으로 옮기면 더 심한 슬라이스가 난다니 … 볼을 좌측으로 옮기면 슬라이스던 훅이던 상관없이 그 정도가 심해질 뿐인데 …
역시 필자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그 레슨프로를 관찰한다.
레슨프로의 커리어나 문제점을 재현해 보는 모습, 그리고 정상적인 스윙의 시범을 보이는 모습이나 여러 가지 다른 경우를 만들어 내는 모습 등을 종합해보면 그 레슨 프로는 흠잡을 데 없이 훌륭해서 도저히 "스윙궤도가 아웃-인이더라도 슬라이스만 나는 것이 아니라 훅이 날 수도 있다는 것을 모를 것 같지도 않고 그 시범의 훌륭함은 필자와는 수준을 달리한다. 아마도 필자가 설명을 했다면
1. 오른손 잡이의 통상적인 어드레스를 기준으로
2. 슬라이스란 "볼이 오른쪽으로 회전하여 오른쪽으로 휘어져 날아가는 것”이고 “훅”은 볼이 왼쪽으로 회전하여 왼쪽으로 날아가는 것”인데
3. 볼이 헤드페이스 중앙에 맞았다는 가정하에
4. 헤드의 무게중심이 볼과 헤드의 접촉면의 좌측을 지나면 볼이 오른쪽으로 회전하여 슬라이스가 되고, 우측을 지나면 볼이 왼쪽으로 회전하여 훅이 된다.
5. 볼이 헤드페이스 중앙에 맞지 않는 경우 추가로 기어효과와 벌지각을 추가로 고려하여야 하고
6. 이 상태에서 볼의 위치만 좌측으로 이동시키는 것은 회전의 방향과는 무관하고 정해진 방향으로 회전의 정도가 강해진다.
7. 그리고 이 딴 식으로 설명해주면 필자도 잘 듣지 않는다.
아마도 이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어쨋거나 필자는 전혀 이해되지 않는 답변을 듣고 그 질문자는 레슨프로의 설명으로 문제점이 바로 잡혔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만족을 했고 매우 감사하며 끝났다. (사실 레슨프로의 얘기를 듣고 스윙을 고치는 사람은 보았어도 필자의 설명으로 스윙이 고쳐지는 사람은 보질 못했다)
혹, 이런 레슨을 보고 나서 "나는 훅이 많이 나니까 … 볼을 왼쪽으로 옮겨 놓으면 슬라이스가 더 많이 난다니 그렇다면 나의 경우는 볼을 왼쪽으로 놓으면 그 효과가 상쇄되어 공이 똑바로 날아가겠군" 하는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는 사람도 있을까? 아마도 필자의 경험으로는 사람들의 상상력은 무궁무진해서 모두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한 두 사람은 꼭 있을 것 같다. 미리 이야기하자면 매우 위험한 사람들이고 사실 요주의 대상들이다.
의사소통은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며 더군다나 전후 사정과 이야기의 맥락이 온전히 다 이야기 대화 속에 포함되는 경우는 드물기 조차 하다. 더불어 정확하고 완전한 내용은 보통 딱딱하고 장황하기 쉽상이어서 간접적인 비유가 설명에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비유는 "전제조건 또는 적용한계"가 분명한 상황이 되어야 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잘못하면 엉뚱한 상상의 나래를 자극해서 엉뚱한 결론을 초래하기 쉬운 위험성을 가지고 있어 가급적 비유가 적용될 수 있는 한계가 명시적으로 사전에 전달되는 것이 좋고 반드시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묵시적으로라도 상호 공유되고 있다는 확신은 있어야 한다. 용감한 사람을 칭송하기 위하여 "사자와 같은 사람"이라 표현하면 이를 듣는 사람 중에는 전후 사정과 맥락을 다 자르고 그저 "털복숭이"를 연상하는 사람이 나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항간에 떠도는 단편적인 골프 지침들은 액면 그대로를 따져서 이해하고자 하면 말도 안 되는 얘기인 것들이 거의 대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고 개인적으로는 이런 단편적인 지침들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니 입문자들은 이런 지침들은 가급적 무시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물론 이런 단편적인 지침을 마주할 때마다 꼭 그 전후 맥락까지를 찾아보아 전체를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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