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집에서]김세영 골프에서 운(運)이 차지하는 비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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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운의 샷 이글로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김세영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 제공=LOTTE> |
김세영은 아마추어 시절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여고 2년 때인 2009년 제주도 라헨느 골프장에서 열린 김영주여자오픈 최종일 2타차 선두를 달리다 13번홀(파4)에서 잘 맞은 드라이버샷이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카트도로에 맞고 OB 구역으로 사라졌다. 트리플 보기. 우승자 이정은5에게 2타가 뒤졌으니 13번홀의 불운이 아니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김세영은 이후 한동안 부진했다. 당시 감수성 예민한 여고생인 김세영으로선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트라우마가 생겨 드라이버 입스(Yips)로 3년을 고생했다. 그렇다고 골프를 포기할 수는 없었다. 넉넉지 않은 가정 형편에도 딸의 골프를 위해 많은 것을 희생한 부모님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김세영은 배짱이 두둑했다. "불운이란 대가를 먼저 치렀으니 곧 내게도 엄청난 행운이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지루한 시간과의 싸움을 견뎌냈다. 그리고 마침내 2013년 행운이 봇물 터지듯 밀려왔다.
그 해 9월 한화금융 클래식 최종라운드에서 9번홀 이글에 이은 17번홀 홀인원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간 뒤 우승했다. 같은 날 홀인원과 이글을 잡는 것도 예사로운 일이 아닌데 김세영은 우승자가 결정되는 최종라운드에서 겹경사를 맞았다. 17번홀 홀인원 부상으로 받은 1억 5,000만 원짜리 벤츠 SUV는 덤이었다.
'불운'에서 '행운'의 아이콘으로 변신한 김세영은 그러나 작년 다시 불운을 겪어야 했다. LPGA투어 경기인 하나외환 챔피언십 최종일 1타차 선두로 마지막 18번홀(파5)을 맞았으나 두 번째 샷이 그린 앞 스프링클러에 맞고 깊은 러프지역으로 떨어졌다. 볼은 아주 고약한 위치에 있었다. 채가 잘 빠지지 않는 깊은 러프에 벙커를 넘겨야 하는 까다로운 자리였다. 결국 보기를 범했고 LPGA 직행 티켓은 날아갔다.
19일 열린 롯데 챔피언십 최종라운드는 해외토픽 감이었다. 우승자가 결정되는 18번홀에서 연거푸 나온 행운의 '칩인 파'와 '샷 이글'에 골프 언론들은 김세영의 행운을 비중있게 다뤘다. 정규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나온 '칩인 파'는 넣으려는 의도가 다분했다. 하지만 연장전에서 나온 '샷 이글'은 불운했다면 깃대를 맞고 그린 옆 워터 해저드에 빠질 수도 있는 샷이었다. 김세영 본인이 집어 넣겠다는 의지로 친 샷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골프에서 행운(幸運)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통산 125승을 거둔 일본 골프의 전설적인 골퍼 점보 오자키가 이에 대해 명쾌하게 정리한 글이 있다. [임진한의 사람인레슨]에 등장하는 오자키의 견해는 새겨볼 만하다. 오자키는 니시테스 라이온즈에서 투수와 외야수로 뛴 야구선수 출신으로 23세의 늦은 나이에 골프에 입문했는데 세계 최다승 보유자로 평생을 승부의 세계에서 살았다.
오자키는 "골프에서 우승은 실력이 25%, 운이 75%"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