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들이 가장 싫어하는 단어 중 하나가 '벙커'일 것이다. 필자가 실제 필드에 나가기 전, 집에 있는 가정용 게임기로 일본의 유명한 골프 게임을 해 본 적이 있다. 당시에는 벙커에 빠져도 패드 조작을 통해 쉽게 빠져나올 수가 있었기에 그다지 큰 감흥을 느끼진 못했다.
그러나 실제 필드에 나가 보니 초보 골퍼에게 벙커는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다. 단순히 힘으로 빠져 나가는 게 아님을 이론적으로는 알고 있었다. 그러나 수 차례의 스윙에도 볼은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동료들에게 애꿎은 모레 폭풍만 선사하곤 했다. 옆에서 보던 캐디가 답답했는지 손수 자세와 타법을 알려줬을 정도다.
지면보다 푹 들어간 벙커는 사람들의 원초적인 공포감을 자극하는 것 같다. 최근 서울 도심 곳곳에 싱크 홀이 생기면서 운전자나 지역 주민들이 불안에 떠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일 것이다.
▲ 초심자들에게는 탈출할 수 없을것만 같은 벙커. 하지만 자신에게 생긴 벙커는 얼마든지 탈출할 수 있다.
이런 벙커 혹은 싱크 홀이 갑자기 성기나 고환 혹은 음모 주변에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크기가 작을 경우 대개는 여드름이나 뾰루지 정도로 생각하다가 시간이 지나도 좋아지지 않거나 크기가 커지고 수가 많아지면서 놀라서 비뇨기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성기의 벙커는 왜 생기고 또 어떤 이유가 있을까? 벙커처럼 피부가 푹 들어가거나 까지는 것을 의학에선 '궤양'이라고 한다. 위궤양을 생각하면 비슷하다. 위 점막의 일부가 까져서 결손된 것이 위궤양이다. 마찬가지로 성기 피부가 벙커처럼 까진 병변을 성기 궤양이라고 한다. 성기 궤양은 단순한 상처이거나 종기의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크기가 크거나 다발성으로 발생했을 경우, 근처 사타구니의 결절을 동반할 경우, 기본적인 피부 치료에도 호전이 없을 경우, 발열이나 근육통 등의 전신 증상을 동반하는 경우에는 성병을 의심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성병 하면 소변 볼 때의 따가움을 동반하는 요도염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피부에도 엄연히 성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