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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부작 소설; 제 9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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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사장이 제1차 오마대전의 충격으로 방구석에 틀어 박혀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일주일 동안 아무 연락도 없었다가 내게 전화를 한 건, 금요일 저녁이었다.
“무싸! 자네 시간 좀 내주게나. 술 한잔 하세”
“으응! 그러지. 그럼 이따가 [다조 마담]이 하는 [알바트로스]에서 보세나”
요즈음은 이리도 시간이 빨리 가는지 모르겠다. 갑신년 시작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달이 가고 2월 중순이 다 되어간다.
월요일 아침부터 시작되는 첨단 고분자 연구는 온 머리를 다 동원해도 쉽게 풀리지 않는 퍼즐 같다.
손에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해답은 미꾸라지처럼 요리조리 빠져 나간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만 비로소 비밀의 옷을 벗는 고분자는 흡사 성격 까다로운 요조숙녀라고나 할까.
퍼즐의 실마리를 잡을 즈음 다시 핸드폰이 운다. 오케이 사장의 독촉 전화다.
“아 어서 안 오고 뭐해, 퇴근시간 인데”
“자네는 사장이니까 아무 때나 시간 낼 수 있지만, 난 회사의 녹을 받는 머슴이니 업무시간 끝나야 나갈 수 있는 것도 모르나. 그리고 연구하던 게 좀 남았거든. 마저 마무리하고 30분내로 가겠네.”
[다조마담]의 미소는 언제 봐도 싱그럽다.
그녀가 단골손님들은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되바라지지도 않으면서도 지성미 배어나오는 그윽한 미소 때문이란 것을 나는 잘 안다.
중년의 사내들이 자신의 아내들에게 얻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조마담은 잘 알고 있다. 직업마다 자신의 전공이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매혹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닐게다. 마누라는 조금만 심사가 뒤틀려도 바가지라는 무공으로 남편을 들볶지만, [다조마담]은 단골손님이 오랫동안 발을 끊어도 절대로 재촉 전화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와도 왜 그 동안 소식 끊었냐고 묻지도 않는다.
다만 나그네가 잠시라도 속세에 지친 마음 의지하고자 할 때 말없이 그늘을 제공해주는 마을입구의 느티나무 같은 존재가 되려 하는 게 [다조마담]의 경영 철학인 [다조정신 : 말 그대로 다 준다는 뜻]이다.
오케이 사장이 부인과 사별하고 이 집에 단골이 된 것도 다 [다조마담]의 경영철학이 맘에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한동안 오케이 사장의 말벗이 되어 외로운 시간들을 채워 주었었다.
[오마대전]에서 일패를 한 오사장의 발길이 이곳으로 오는 것도 별로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다조마담]의 선술집은 술을 팔지 않는다.
술은 단골 손님들이 올 때 한 두병씩 들고 오고, [다조마담]은 그 술병에 이름표만 달 뿐이다. [다조마담]은 안주를 준비하고 손님의 말벗이 되어준다.
단골손님은 자신의 고민이나 외로움이 해결된 만큼 자신의 성의를 표시하는 것으로 술값을 대신한다. 이 집에서 바가지란 말은 애당초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렇게 장사하는데도 [다조마담]의 수입은 다른 술집에 비해 다섯 배는 더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다조마담]의 경영방식을 배우려고 많은 애기마담들이 줄을 서 있다고 한다.
애기마담을 채용할 때는 면접고사가 웬만한 대기업 들어가기보다 어렵다고 한다.
게다가 애기마담은 월급 받고 일을 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상당한 수업료를 내고 일한다니 과연 [다조마담]의 경영방식은 연구해 볼만한 가치가 있다.
[다조마담]의 명성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온 장안에 암암리에 퍼져 나가는데, 단골손님들은 자기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차지하려고 절대로 이 사실을 아무한테나 알려 주지 않는다고 한다.
더욱 희한한 일은 술값은 술을 사 가지고 들어가니 낼 턱이 없고, [다조마담]이 내 놓는 안주래야 고작 5만원을 안 넘을 텐데도 단골손님들은 나갈 때 수십만원을 내고 나가면서도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든다는 것이었다.
빨간 장미와 형형색색 촛불로 치장된 창가 자리로 우리를 안내한 [다조마담]은 예의 미소로 우리의 주문을 기다리며 말문을 연다.
“오사장님! 지난번에 골프 대결 하신다더니 결과가 궁금하네요”
“그렇지 않아도 그일 때문에 무싸하고 궁리하려고 왔지”
“그럼 전 안주 준비할 테니 말씀 나누세요.”
[다조마담]은 단골손님의 지난 모든 이야기 내용을 머리 속에 담아두고 있다.
손님이 오신 순간부터 이야기는 다시 부드럽게 이어지기 때문에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어서 손님의 심적 부담을 덜어 주는 가 보다.
오늘 오케이 사장이 가져온 술은 지난번 유럽출장 때 특별히 구해온 발렌타인 30년 이었다. 나는 술은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발렌타인 만큼은 한잔하고 싶은 술이다.
그런 연고로 오사장은 나하고 술 한잔 하고플 때면 어떻게 해서든지 발렌타인을 구해오곤 하였다.
“여보게 무싸! 자네는 나의 장자방이니 그 동안 좋은 방도를 좀 생각해 봤겠지?”
“자네도 일주일간 생각해 봤겠지만 마크는 보통의 아마추어 고수하고는 다르네. 그녀는 골프 기술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측면에서도 프로를 대적할 만한 배짱을 가지고 있네. 그래서 좀 …………..”
말끝을 흐리는 내게 그도 고개를 끄덕이며

추천1

댓글목록 5

카카롯님의 댓글

no_profile 카카롯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div>오옷 한번에 이렇게 많은 내용이...음...앞에서부터 하나씩 읽어보겠습니

한국고수님의 댓글의 댓글

no_profile 한국고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div>제가 출장이 잡혀 글을 못 올릴것 같아 미리

카카롯님의 댓글의 댓글

no_profile 카카롯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아 넵 감사합니다. ^^ 잘

민이님의 댓글

no_profile 민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쭉쭉 올라오네

카카롯님의 댓글

no_profile 카카롯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다 읽고 보니...저도 다조마담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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