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인원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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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직업은 다행이 “갑”이 없다. 살면서 누군가에게 특별히 잘 보일 일은 없다는 뜻이다. 필자가 넉넉한 형편은 못되지만 그나마 살면서 유일하게 잘 한 것이 있다면 먹고 사는 문제에 있어 물고 물리는 먹이 사슬에서 한 발자국 물러설 수 있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성격상 어디 가서 어깨에 힘 줄 일도 없고 그저 욕이나 먹지 않으면서 괜한 민폐나 끼치고 다니지 않고 조용히 살면 그만인데 한 가지 잘 안되는 것이 있었다. 그게 골프다. 골프자체는 문제가 없었는데 골프에 대한 “대한민국의 문화”에는 문제가 좀 있었다. 필자가 따라가서 맞춰주기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필자가 골프에 바라는 것은 골프를 치면서 동반자들과 소소한 담소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이외에는 없다.
한 20년 골프를 했는데 많지는 않지만 몇 번인가 골치 아픈 일이 있었다. 모두 홀인원과 이글 그리고 싱글에 관한 일들이다. 필자는 홀인원과 샷이글은 해보지 못했다. 해보지 못했다기 보다는 안 했다는 표현이 더 가까울 듯 하다. 검증되지 않은 동반자와 골프를 할 때는 레귤러 온은 아예 시도를 하지 않거나 적어도 핀을 바로 겨냥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대신 샷파는 3번, 샷트리플을 1번 해봤다. 모두 100미터 이상에서 넣은 것이니 모양새는 샷이글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그리고 파5에서 2온 1펏은… 그냥 많이 많이 해봤다. 지금은 3온도 가물가물하지만 한 때는 방향이 문제지 거리가 모자라서 2온이 안되는 파5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어제 푸시업을 고작 4번할 근력도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기가 막히긴 했지만 요즘 필자에게 작은 기적이 일어나서 더 이상 치료가 불가능할 줄 알았던 허리부상이 호전되고 있어서 희망이 살아나고는 있다) 홀인원이나 샷이글은 하고 싶다고 해서 바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은 핀을 바로 겨냥하는 것과 아닌 것과의 차이에 있어 20년간 4번의 홀인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 번은 2온1펏 이글 했을 때 그리고 한 번은 샷파를 했을 때 문제가 발생했다. 문제란 건 간단한 내용이다. 2온1펏 이글도 행사를 해야 한다거나 샷파가 아니라 샷이글을 했던 것으로 오해하여 한 턱 크게 쏘라고 집요하게 주장하는 동반자가 한 명씩 있었던 것인데 오해가 아니었어도 어차피 필자는 경축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으니 오해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 사람들은 필자의 인생에서 사라졌다. 그들도 나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 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확실히 그들을 더 이상 보지 않는다. 물론 꼭 봐야 할 만큼 중요한 사람들도 어차피 아니고 필자 또한 전 인류와 돈독한 관계를 맺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사람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 후로 소식을 듣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다들 잘 살고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그럭저럭 잘 살고 있으니 처음부터 만나지 않았더라면, 골프만이라도 함께 하지 않았더라면, 최소한 그런 일만 없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나가는 사람끼리 마주치는 순간 느닷없이 서로에게 욕이나 실컷 퍼붓고는 아무일 없었다는 헤어져 제 갈길을 가는, 아주 해괴한 꼴인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구글을 검색해 보았다.
“hole in one celebration”이라는 키워드로 영문을 검색해보니 대체로 단일한 내용이다. 홀인원을 하면 맥주를 동반자들에게 한 잔씩 돌린다는 정도이고 혹 회원제 클럽의 회원인 경우에는 클럽하우스에 있는 다른 회원들에게도 한 잔씩 돌린다는 얘기이다. 금액적으로는 보통 20 ~ 50달러에서 최대 100달러를 넘지는 않는 듯하고 추가적으로 일본에서 골프를 할 때에는 “보험’을 들던가 매우 조심을 해야지 안 그러면 악몽(nightmare)이나 완전 미친 짓 (crazy folly) 된다는 주의사항 정도였다.
그래서 한글로도 검색을 해 보았다. 아래는 구글에서 “홀인원을 하면”이라는 키워드를 치면 나오는 내용들 중에서 다른 종류의 내용으로 무작위 추출한 한 것들이다.
https://www.82cook.com/entiz/read.php?num=1648808 (남편이 홀인원을 했어요: 댓글들이 재미있다)
https://www.nsori.com/news/articleView.html?idxno=151 (전라남도 강진일보: 지방 유지들의 마음은 이런 것인가 보다)
https://golf.sbs.co.kr/html/front/clubhouse/column/yunmiran/1231719_16145.jsp (윤미란의 캐디 통신: 캐디 눈에 비친 홀인원 풍경쯤 되는 듯)
https://shindonga.donga.com/docs/magazine/shin/2008/12/02/200812020500031/200812020500031_1.html (신동아 윤응기 컬럼: 이건 열 좀 받는 이야기. 하긴 열 받을 일은 아니고 세대차이라고 해야할런지…)
https://leeesann.tistory.com/1707 (펜펜의 나 홀로 여정: 4번이나 홀인원을 한 사람인데 기쁨 반 걱정 반)
https://news.koreanbar.or.kr/news/articleView.html?idxno=5159 (한문철 변호사: 교통사고 상담 TV에 출연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걱정도 되지만 하려면 못할 것도 없는 듯)
https://two-chairs.patzzi.com/woori/article.asp?aid=18391&pagenum=1&nextpagecnt=11&Serv=woori&Sect=&Cont=bcfhxrhrkbiqdt (알 수 없는 기사: 그냥 이런 저런 측면을 서술)
https://olpost.com/v/10308120 (굿샷 김프로: 형편이 넉넉지 못한 듯)
역시 경제적으로 넉넉한 사람들은 마냥 즐거운 듯 하다. 형편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역시 행운이 아니라 불운도 이만 저만이 아니고 어중간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걱정 반 기쁨 반 인 듯 한데 형편에 따라 그 비중이 달라지는 것으로 보아 결국 경제적인 형편과 정확히 그 느낌이 일치하는가 보다. 나머지는 그저 그런 기사인데 “윤응기”라는 양반의 컬럼은 몹시 못마땅하다. 솔직히 열이 좀 받는다. 그리고 이 나라가 좀 걱정이 된다. 이유를 설명하자면 사회, 정치 모 이런 애기가 되니 주제 넘는 얘기가 될 것이 뻔하니 그냥 넘어가자.
이런 문제는 어찌 보면 간단한 문제일 수 있다. 형편이 맞지 않는 사람과는 어울리지 않으면 그만이다. 인간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는 얘기는 당연히 아니고 골프만 같이 안 하면 사실 그만인 것이다. 예전에 한 회원제 골프장에 갔을 때 옆 테이블에 앉으신 50대쯤 되는, 지금의 내 나이거나 좀 더 되어 보이는 양반이 요즘은 개나 소나 다 골프를 치기 때문에 이제 골프를 접어야겠다고 다른 사람들도 다 들리도록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필자를 두고 한 얘기 같지는 않았지만 그 중 있을 지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들리도록 하고 싶었던 것은 분명한 듯 하다. 그 때가 벌써 10년은 족히 넘었을 것인데 필자는 속으로 제발 그렇게 되기를 빌었었다. 얼마 전엔 모 골프장 회원들은 그린피를 올리지 않는 것이 큰 불만이라는 애기도 들렸다. 역시 개와 소는 이번에도 등장한다. 개와 소가 골프장에 드나들어 분위기가 흐려진다는 얘기다. 사실 필자의 소망도 그렇다. 실제로 경험한 적은 없어 오해일 수도 있지만 미국의 회원제는 철저하게 회원위주로 운영된다고 하는데 우리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인 것이다. 형편이 넉넉한 사람들은 훌륭하고 좋은 시설을 만들어서 그들끼리 어울리며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어 가고 일반 대중들은 대중들끼리 어울리며 대중들의 문화를 만들어 가면 좋을 텐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좀 어정쩡하다. 필자의 인생경험으로는 형편이 넉넉한 사람과 넉넉지 못한 사람은 사실 같은 문화와 관습을 공유하기가 웬만해서는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골프인구는 470만이라고 한다. 좀 이상하긴 하다. 전 인구의 10%가 골프를 한다는 것인지 년간 골프장 내장객수가 470만이었다는 것인지 분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어쨌든 피부로는 아직 우리나라는 그래도 골프를 하려면 경제적인 여유가 좀 있는 편인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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