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피스에게 선천성 자폐를 앓고 있는 여동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됐다. 왜 그가 어린 나이에 수심에 가득 찬 얼굴이었는지, 왜 결정적인 순간 버디를 잡고도 리액션이 소박했는지, 왜 두려움없이 대담한 골프를 했는지 말이다. 한 순간에 수수께끼가 풀리듯 오해가 사라졌다.
스피스 패밀리의 스토리를 접하면서 십여 년 전 발달장애 딸을 둔 지인과의 통화가 오버랩 됐다. 이 지인은 수화기를 든 채 한동안 아이처럼 울었다. 당혹스러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5분여의 시간이 흐른 후 "우리 딸이 드디어 한글로 자기 이름을 썼어요!"라는 말이 수화기를 타고 흘러 나왔다. 그의 딸은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지인의 아내는 딸로 인한 우울증으로 백화점에서 수천만 원어치 쇼핑을 해 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와 오랜 시간 교류하면서 느낀 건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이었다. 어떤 일이든 크게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모든 건 신(神)의 섭리에 의해 움직인다는 믿음도 강했다. 그리고 신세는 꼭 갚으려고 했다.
스피스는 지난 주 마스터스 위크 때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줬다. 97년 마스터스에서 타이거 우즈가 최연소 우승을 거뒀을 때 줬던 감동과는 다른 느낌이다. 우즈가 폭발적인 퍼포먼스의 감동을 줬다면 스피스는 그에 더해 휴머니즘의 감동을 줬다. "엘리의 오빠이기 때문에 겸손하게 살 수 있었다. 자폐 어린이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우리가 당연시 하는 일상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는 그의 말은 깊은 울림을 남긴다.
스피스는 지난 주 마스터스 때 고요한 바다와 같았다. 골프사에 남을 각종 기록을 경신하며 눈부신 플레이를 펼쳤지만 자주 웃지 않았고 그렇다고 긴장한 얼굴을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승부를 걸어야 할 순간엔 격정적으로 핀을 향해 샷을 날렸다. 스피스의 스타일은 그랬다. 마치 모든 건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듯 무심하게 경기했다.
포커 페이스의 스피스가 감정을 드러낸 순간이 있었다. 최종라운드 13번홀(파5)이었다. 티샷을 페어웨이로 보낸 그는 중계 캐스터가 "레이업 후 안전하게 3온 작전을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으나 5번 아이언으로 그린을 향해 볼을 날렸다. 그리곤 "go, go hard, go!"라고 외쳤다. 볼은 개울을 살짝 넘어 그린에 떨어졌다. 3타차 선두였으나 정면승부를 택했고 2온 2퍼트로 결정적인 버디를 잡았다.
13번홀에서 나온 스피스의 간절한 외침은 여동생 엘리를 위한 기도처럼 들렸다. 오빠가 언제나 우승 트로피를 들고 집에 돌아오길 바라는 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