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그만 두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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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를 그만 두었더니
주머니 사정이 편해져서 좋다.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
친구와 우정에 금 갈 걱정없고 무엇보다도 열 받을 일이 없어서 좋다.
자동차로 지방에나 갈라치면 산허리 잘라내어 노랗게 드러낸 몰골에 괜스레 일조 한 것 같아
죄스러워할 필요 없어 좋고 이제 수해나 가뭄이 와도 뒤통수 따가울 걱정 없어 좋다.
불경기 속에 직장 잃은 가장들의 힘없는 어깨를 보여 준 후에 헬리콥터에서 찰영한 골프장을
오버랩시킬 때 우리 두 따님 눈치를 보지 않아서 좋다
알량한 풀밭 좀 걷고 삽질 몇 번 했다고 쌀 한가마니 값 내놓으라는 사람없어 좋고
방금 산 새하얀 공을 물속에다 바로 처박고 연탄이 몇장인지 계산해 볼 필요없어 좋다.
스리퍼팅해 놓고 열 받아서 애꿏게 홀컵 구멍 뚫은 놈만 오늘 아침 부부싸움했을 거라고 박박우기지
않아서 좋고, 자기가 잘 못 쳐 놓고 골프장 설계한 놈 욕할 필요가 없어 좋다
벙커만 골라서 찾아다니다가 돈 많이 벌면 흙사서 이 벙커들 다 메워 버리겠다고 흰소리 할 필요 없어
좋다.
신중하게 치면 발바닥에 뿌리내리겠다고 난리고 빨리 치면 촐싹거린다고 욕먹을 걱정없어 좋다.
도우미 언니에게 상냥하게 대하면 시시덕거린다 하고 아무 말 않고 있으면 유머 감각없다고
욕 먹을 걱정없어 좋다. 공 좀 잘 맞으면 그러니까 사업이 잘 될리가 있느냐 난리고 공 좀 못치면
그 머리로 무슨 사업하느냐고 욕먹을 걱정 없어 좋다.
장타를 날리면 칼 갈았다고 난리고 거리가 좀 짧으면 피칭으로 티샷 했느냐고 이죽거릴 염려가 없어 좋다
다 좋은데.....
골프를 그만 두었더니....
되게 심심하다..
아침에 읽다가 공감이 왔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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